전기차 충전기 설치업체 수익구조, 충전기 설치 얼마 벌까

완속 전기차 충전기가 난립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가 난립하고 있다"는 맞는말이다.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전기차가 미래가 될 것은 확실하기에 미리 인프라를 설치하며, 기초체력과 경험을 키우는 것은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한테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완속 전기차 충전기는 최근 들어서야 제대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후반에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완속 충전기 한 대 설치할 때마다 500만원씩 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2023년 물가 기준으로, 완속 전기차 충전기는 50~70만원, 전기설비기사 인건비 50~70만원, 한전 불입금(한전에서 파견나와서 충전기에 전기선 연결이라고 보면 된다)이 80만원으로 200만원이 안 든다. 과거에는 한 대 설치할때마다 최소 300만원을 벌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 대 설치할때마다 정부(환경부, 지자체, 한전) 보조금으로 300만원씩 버니까 이걸 바로 알아챈 수많은 영세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고마진 수익구조를 보장해준 것이다.

그러니까 시장이 개판이 났다. 이 보조금은 "공용" 완속 전기차 충전기에만 주어진다. 그러므로 아파트, 관공서, 주차장, 관광지에 깔아야 하고 영세 업체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쓸어담다가 고비용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판관비를 열심히 사용했다는 뜻인데, 그냥 좋은 술 사주고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 하나라도 더 설치하려고 돌아다녔단 얘기다. 이 영업비용이 충전기 1대당 100만원 가까이 됐다. 정부 보조금으로 300만원 벌어서 100만원 영업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이다.

300만원이 끝이 아니다. 

내가 위에 적은 단가는 공식 단가이다. 무슨 말이냐면 공식 소비자 가격 같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트에서 절대 공식 소비자 가격으로 사지 않을 뿐더러, 생산자는 생산자가 원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충전기 설치업체가 충전기 제조부터 한다. 완속 전기차 충전기라는게 어려운 물건이 아니다. 급속 전기차 충전기는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만하지만 완속 전기차 충전기는 소형 공장에서도 찍어낼만큼 쉽다. 가전기기 충전기를 대형화 시키고 충전 금액 설정 기능 조금 넣었다고 보면 된다. 

또한 전기설비기사 인건비가 설치비인데, 당연히 전기기사 인건비는 저 가격이 아니다. 공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보통 작업자 한 명을 야근까지 풀로 작업시켜야 50만원 안 주는데, 설치비는 설치 업체가 중간에 행정업무 수당을 가져가는 것도 포함되어있다.

한전 불입금은 한전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협상의 여지가 없으니 고정가격이다.

 

그러므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업체들은 공식 소비자 가격과 보조금의 차이인 300만원을 먹고, 충전기 생산과 설치비 행정 수당으로 또 수십만원을 먹은 것이다. 이러니까 완속 충전기 설치업체가 난립했다.

이제 정부도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난립한 설치 업체가 말도 안되는 수익 구조로(150%마진율이라니) 돈을 벌다보니, 정말 대충대충 전국 곳곳에 꽂았고, 고장나서 관리 안되는 충전기도 많다. 영세 업체가 만들다보니 완속 충전기 중 상당수는(특히 초창기 설치된 것들은) 재설치했거나 제대로 가동되는 안 되는 것들이(효율성 등) 꽤 있다.

특히나 사후관리는 아무도 체크를 안했었다.

 

환경부도 이걸 알았는지 보조금을 500만원에서 400만원, 300만원으로 내리다가 이번에 150만원으로 내렸다. 이 구조를 파악하고 있으니, 보조금으로는 딱 설치까지 시켜주고 마진을 안 남기게 하는 대신에 전기차 충전에서 돈을 벌라는 것이다.

 

또한, 설치한 충전기의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탈 수 있는 자격자 선정을 해주지 않겠다고 하니 느리지만 확실히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정부별로 속도가 조금 다른데,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필요성에는 동감하나 속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셈이다.

 

그래도 이제라도 세금이 낭비가 안되고 효율적으로 집행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