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면접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면접관들도 회사원이다. 회사 다니기 싫은데, 회사 월급은 받아먹고 싶어하는 4050 아저씨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가긴 했나보다. 나이 먹고 직급이 오르기 전에는 회사가 너무 싫었는데, 이제는 회사가 고맙다. 프로젝트 할 때도 보여주기식 성과가 80%, 진짜 회사에 이득이 되는 성과가 20%였으면 이제는 회사에 이득이 되는 성과를 50%까지는 신경쓴다.
사실 기업에서 면접관으로 들어갈 정도면 그 기업에 애정 있고 충성심이 있는 사람이다. 내 동기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보수적인 대기업에 다닌다. 내가 다니는 기업은 20년전에도 명문대에서 입사희망자들이 줄을 섰고, 최근에도 줄을 섰고, 미래에 한 10년까지는 줄을 설 게 확실한 기업이다. 그리고 명문대에서 입사한 나와 내 동기들은 충성심이 빠르게 식었고 욕하며 다니다가 팀장, 부장, 매니저 같은 중간관리자 직책을 달고 다시 불타올랐다.
그러면 나같은 면접관들 앞에서 면접 볼 때 어떻게 해야될까? 회사에 대한 충성심 보여주되, 회사원으로써 과하지 않는 수준만 보여주면 된다. 또한 4050 꼰대를 적당히 대접해주면 된다.
이런 답변은 너무 황당했다.
금요일에 부서직속 임원의 번개소집이 있으면 어떻게 행동할거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타당한 사정 있으면 빠지되, 두어달에 한번 정도는 가겠다." 정도를 기대했다. 사실 대기업 임원들도 사람이다. 금요일에는 집가서 쉬고 싶어한다. 금요일 번개는 그 사람들도 엄청 외롭거나, 일이 있거나, 뭔가 있다는 거다. 그렇기에 회사생활 할거면 가야한다.
그런데 면접자들 상당수가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게 MZ세대인가 싶었다. 차라리 "무조건 가겠다"는 거짓말인게 100%지만 점수는 평균이상을 줬다. 정답 비스무레 하게 중도를 지켜주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이거였다.
발표를 듣다보면 결론을 내기 위한 전제조건 중에 하나가 잘못된 경우가 있다. 뭐 그럴 수 있다. 취준생한테 뭘 바라겠는가? 그래도 태도를 보고 싶어서 해당 분야 전문가로써 아닌 부분은 아니라고 말했다.
어차피 다른 전제조건은 맞는편이고, 결론도 들을만 해서 점수가 좋은편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절대다수가 많이들 다급했는지, "그럴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간다. 그.... 면접관이 보통 아니라고 하는건 진짜 아니라서 그런건데, 거기서 관점의 다양성이나 시점이나 창의성이나 그런거 말 안해도 좋다. 그냥 발표할 때 "해당 부분은 분석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 제 추리가 틀린것 같습니다"라고 한 다음에 최종 소감을 밝힐 때, "XXX라서 XXX라고 추측했는데 잘못됐으면 입사해서 배우고싶습니다" 면 그냥 만점이다.
왜 누구보다 전문성 있는 사람한테, 아무런 경험이나 자료도 없이 발표를 잘하겠다는 욕심만으로 반박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아닌 것은 인정하는게 그렇게 힘들까? 굳이 부딪치지 않아도 점수 딸 부분은 넘치는데 말이다.
능력은 거기서 거기다.
토론면접, 분석/창의면접, 발표 등은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였다. 정말 능력면에서 군계일학은 그룹당 한 명 보인다. 그외 토론면접에서 싸우는 사람도 없다. 분석/창의력도 엄청 뛰어나지 않으면 현업 입장에서는 그러려니 싶다. 발표할 때 너무 떨거나 발음이 이상하지만 않으면 점수 차등을 주기도 힘들다.
요즘 기업 요약 자료가 시중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안다. 클릭 한 번이면 노력없이 요약자료를 얻어서 벼락치기로 준비해오기 때문에 엄청난 통찰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나도 신사업, 경쟁사 관련 업무를 해봤지만 핵심 정보는 구글에 없다. 입사해야만 알 수 있다. 면접 준비 당시 자료가 제한됐기에 옳은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능력이 엇비슷하다면, 결국 기업과 핏이 맞는 사람을 뽑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취준생 대다수가 원하는 일반적인 대기업의 1차면접자는(내가 임원이 아니라서 최종면접은 모르겠다.) 4050 회사원 아저씨다. 대접 받는 거 싫어하는 사람 없고, 회사 어쩔 수 없이 다니지만, 충성심도 꽤나 있는 중간관리자다.
제조업, 금융, 유통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내 친구들을 보면 어디든 보수적이다. 그걸 좀 알고 준비해줬으면 좋겠다. 능력과 스펙은 이미 필기에서 검증됐으니, 이상하지만 않으면 무조건 자세와 태도다.
이걸 고려해서 면접 준비를 해줬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텐데, 아쉬워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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