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일은 정말 맛있다.
동네슈퍼에서 사온 사과가 정말 맛 없었다. 1봉지에 6,200원이었는데, 6개가들었으니 개당 천 원인 사과가 비싸고 맛이 없으니 답답한일이다. 미국에서 잠시 거주할 때 과일이 정말 맛이 없었다. 사과, 배, 멜론, 딸기 등등 한국 과일에는 비교도 안되게 질이 낮았다. 동료들도 비슷하게 느꼈고,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사람 입맛은 국가를 떠나 똑같은 것 같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대형 마트에서 과일을 사면 실패하지 않는다. 식감, 당도 모두 만족스럽다. 가격만 불만족스러울뿐...
한국 과일이 왜 맛있을까?
한국 농업은 완전히 노동집약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집약적이란 말은 비효율적이란 말로 읽힌다. 우리도 건물주가 되고 싶어하지, 노동자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동집약적 농업은 "맛"은 보장한다.
솎아내기는 과일이 자라는 과정에서 크기가 작은 과일들을 꾸준히 없애주는 것이다. 이러면 소수의 과일에 양분이 집중되어 당도가 올라간다. 솎아내기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의 농민들은 필름을 붙이거나, 비닐을 씌우는데 이런 작업을 통해 과일의 모든 부분이 발달하고 당도와 식감이 더욱 개선된다.
미국의 농업이 넓은 면적에서 엄청난 효율화로 승부할 때, 한국은 장인정신과 맛으로 승부한다. 미국을 여행하다보면, 과일에 시럽, 잼, 아이싱, 초콜렛 등을 곁들여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사과나 배에 이것저것 얹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토핑 없이는 도저히 맛 없어서 못 먹기 때문이다.
기업 농업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불가능하다
한국 농업의 미래로 기업 농업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 농가의 노동집약적 농업이 한국 농산물이 비싼 이유가 맞다. 하지만,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과연 가격 경쟁력이 생길지는 의문이다.
쌀은 지금보다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량이 계속 줄고 있어서 미래가 없는 작물이다. 대기업이 미래 소비가 줄어드는 작물에 뛰어들지 의문이다.
밀, 옥수수 등은은 유럽과 미국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애초에 한국 지형에서 대규모 농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다. 산지의 유무와 땅의 비옥도에서 유럽과 미국에 크게 밀리는데, 대규모 농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연 그 어떤 기업이 장기간의 적자와 이미지 추락을 감안하며 뛰어들까
열대과일은 동남아에서 씨만 뿌려도 자라난다. 괜히 망고가 거지의 과일(거지들의 구제책)이라 불리는게 아니다.
결국 수익성 작물인 과일, 야채의 대규모 수확만이 경제성이 나오고, 가격경쟁력이 애매한 상황에서는 한국 기업 농업도 맛을 중시해야한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 농가가 본인들의 작물이니까, 또한 동네 공동체의 조합을 통해서 퀄리티 관리가 되는데, 기업들이 농민을 노동자화 시킨다면 이 장인정신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까?
품질 관리가 대기업의 장점이지만 지금과 똑같이 품질 위주로 진행할거면 굳이 기업 농업을 할 필요는 없다. 가격 경쟁력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한 회사가 관리해야 하는 것인데, 한 회사가 독점을 하면 불안해서 맡길 수 없고, 한국 농업 규모 상 과점 시장을 만들기에는 규모나 수익성이 부족하다. 한국 농업은 어찌보면 지금이 최적의 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이익단체가 정치에까지 개입해서 적당히 나눠먹되, 퀄리티와 안보를 보장하고 있으니, 농촌을 유지하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풍수해 보험이나 제대로 갖추자
다만 정부도 인프라 개선은 더욱 신경쓸 필요가 있다. 한국 농업이 지금 수준의 과일 가격을 유지하며 맛과 농촌 경제를 유지해주려면 농민이 살아야 한다. 이미 과일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데 여기서 더 높아지면 언젠가는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 올 것이다.
중간에 있는 이권단체한테 세금을 통한 선심성 정책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생산자인 농민한테 풍수해 보험이나 의무가입 + 지원을 해주는게 맞지 않을까? 수 억을 보상해주는 화재보험이 몇 천원인데 반해, 수 억이 손해나는 풍수해보험은 수 백만원에 이른다. 물론, 손해율을 보험사에서 정밀하게 계산했겠지. 그래도 세금을 엄한데 쓰는 것보다 제일 필요한 곳에 꽂을 수만 있으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감당가능한 수준에서 맛있는 과일을 앞으로도 먹고 싶다. 앞으로도 농가들에게 적당한 마진이 유지되어, 농민들이 장인정신을 갖추고 적당한 가격에 생산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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